거실 한가운데 서 있던 캣타워를 작년에 결국 내다 버렸습니다. 세 마리 중 한 마리만 꼭대기를 썼고, 나머지 둘은 아래층에서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 소파로 올라갔거든요. 자리는 자리대로 차지하고, 기둥의 사이잘 끈은 반년 만에 너덜너덜해졌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하나짜리 큰 구조물 대신, 벽에 선반을 몇 개 달아 ‘길’을 만들어보기로요. 봄에 설치했으니 이제 두 계절 반, 여름을 통째로 넘겼습니다. 그동안 알게 된 것들을 적어봅니다.
왜 선반이었나
고양이가 캣타워를 좋아하는 건 높아서가 아니라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서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고 나서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실제로 우리 집 아이들을 보면 캣타워 위에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 소파 등받이 → 책장 위 → 냉장고 순으로 옮겨 다니는 걸 훨씬 즐겼거든요. 목적지가 아니라 경로였던 겁니다.
캣타워는 그 경로가 딱 하나입니다.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외길이라, 다묘 가정에서는 한 마리가 길목에 앉아 있으면 나머지는 못 올라갑니다. 우리 집 서열 문제가 캣타워 앞에서만 유독 불거졌던 이유도 아마 그거였을 거예요.
거실 벽 하나를 비우고 선반 다섯 장을 달았습니다. 별다른 계산 없이, 우선 눈대중으로요. 그게 첫 번째 실수였습니다.
처음 달았을 때 — 높이보다 간격이 문제였습니다
설치 첫날, 아이들은 선반에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이틀쯤 지나 막내가 제일 낮은 칸에 올라갔는데, 다음 칸으로 못 넘어가고 한참 망설이다 내려왔습니다.
문제는 간격이었어요. 저는 ‘위로 갈수록 촘촘하게’ 정도만 생각하고 균등하게 배치했는데, 고양이는 위로 곧장 점프하는 게 아니라 비스듬히 앞으로 뛰면서 올라갑니다. 계단처럼 옆으로 밀어가며 배치해야 몸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구조인데, 저는 거의 수직으로 쌓아버렸던 거죠.
주말에 다 뜯어서 다시 달았습니다. 옆으로 한 뼘 반 정도씩 어긋나게, 아래쪽은 넉넉히 위쪽은 조금 좁게. 그날 저녁에 큰애가 맨 위까지 한 번에 올라갔습니다. 남편이랑 둘이 박수 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선반 표면이 매끈한 나무 그대로면 착지할 때 발이 밀립니다. 미끄럼 방지 패드나 얇은 카펫 조각을 얹은 뒤로는 착지 소리도 훨씬 부드러워졌습니다.
두 계절을 지나며 알게 된 것들
여름에 자리 이동이 확실히 보입니다. 더워지면서 아이들이 높은 칸을 피하고 아래 칸으로 내려오더군요.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니 당연한 일인데, 캣타워를 쓸 땐 층이 위쪽에 몰려 있어서 여름 내내 아예 안 쓰기도 했습니다. 선반은 높이 선택지가 넓어서 계절 따라 알아서 골라 씁니다. 이건 예상 못 한 장점이었습니다.
청소가 편합니다. 캣타워는 통째로 들고 나가서 털어야 했는데, 선반은 밀대로 한 번 훑으면 끝입니다. 털 관리가 확실히 수월해졌습니다.
막다른 길을 만들면 안 됩니다. 처음엔 맨 위 선반이 벽 끝에서 끊겨 있었는데, 큰애가 거기 앉으면 막내가 그 뒤에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위쪽에 하나를 더해서 창틀 쪽으로 내려올 수 있게 만든 뒤로 다툼이 줄었습니다. 통로에는 반드시 나가는 문이 있어야 합니다.
고정은 타협하면 안 됩니다. 이건 정말 강조하고 싶어요. 성묘가 뛰어올라 착지하는 순간의 힘은 체중보다 훨씬 큽니다. 석고보드에 일반 피스만 박아두면 언젠가 빠집니다. 앵커를 제대로 쓰거나 기둥 위치를 찾아 고정하시고, 설치 후에도 가끔 흔들어 확인하세요. 가구 전도·낙하 관련 소비자 안전 정보는 한국소비자원에서도 다루고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쉬운 점, 그래도 계속 쓰는 이유
아쉬운 건 명확합니다.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것. 전세라면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저희도 집주인께 미리 여쭤보고 진행했고, 나중에 메울 생각으로 위치를 최소화했습니다. 위치를 바꾸고 싶어질 때마다 새 구멍이 생긴다는 것도 부담이고요. 실제로 저는 한 번 재배치하면서 벽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또 하나, 스크래처 기능이 없습니다. 캣타워 기둥이 발톱 긁는 역할을 겸했는데 그게 사라지니 소파 팔걸이가 위험해졌어요. 결국 선반 아래에 별도 스크래처를 두는 걸로 해결했습니다. 선반은 캣타워의 완전한 대체가 아니라, 이동 기능만 떼어낸 물건이라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그럼에도 계속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실제로 하루에 몇 번씩 그 길을 지나다닙니다. 오지도 않는 구조물 앞에서 “왜 안 쓰지” 하던 시절보다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이런 집엔 맞고, 이런 집엔 아닙니다
두 마리 이상이고 서로 조금씩 신경전이 있는 집, 거실 바닥 면적이 아쉬운 집, 그리고 벽에 시공이 가능한 집이라면 권합니다. 반대로 아이가 한 마리이고 이미 캣타워를 잘 쓰고 있다면 굳이 바꿀 이유는 없습니다. 나이가 많거나 관절이 불편한 아이가 있다면 높이를 크게 낮추고 경사로 형태를 함께 고려하시고, 이 부분은 아이 상태에 따라 수의사와 상의해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시작은 선반 두 장이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그 길을 쓰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늘려도 늦지 않습니다.
참고자료
- 한국소비자원 — 가구·생활용품 안전 및 소비자 정보
- KB경영연구소 반려동물 보고서 — 반려동물 양육 환경과 주거 형태에 관한 국내 조사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성: PetCare Editorial Team | 최초 작성일: 2026.09.01 | 최종 업데이트: 2026.09.01
사진: Raymond Yeung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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